[20부작 기획 칼럼] 4부 목회자인 내가 세금 내는 이유 - 한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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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Comments  1,409 Views  20-10-2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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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교회 재정 운영" 교회재정건강성운동과 뉴스앤조이 20부작 기획 칼럼

 

교회재정건강성운동은 투명한 교회 재정 운영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고자 2013년 1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총 20부작 기획 교회 재정칼럼을 뉴스앤조이에 연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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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목회자인 내가 세금 내는 이유 - 한희준 2013.03.15

대한민국 시민의 의무, 신고 과정도 쉬워

 

 일 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날 줄이야. 이든교회가 시작된 지 벌써 일 년이나 지났다. 새롭고 건강한 교회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시작한 이든교회가 그동안 그 꿈을 얼마나 이루었는지 돌아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든교회가 출발하면서부터 이룬 꿈이 하나 있다. 바로 목회자가 세금을 내는 건강한 시민으로 살겠다는 꿈이었다.


얼마 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교회협)가 회원 교단에 '목회자 납세 추진'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목회자들이 자발적으로 납세를 하여 사회로부터 존중받는 한국교회를 만들자는 의도라고 한다. 그러나 분명히 하건데 필자는 엄청난 존중을 받을 요량으로 소득세 신고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단지 소득세 신고가 시민으로서의 의무이며 정의로운 삶을 사는 방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임을 밝히는 바이다.

이든교회는 창립 전부터 목회자가 세금을 내기로 교우들이 결의했다. 목회자가 워낙 "연약한 존재"이기에 한 번 내뱉은 말을 결코 주워 담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습하지 말라고 정해진 법도 꼼수로 뒤집는 마당에 결의한 것을 시행하지 않고 차일피일 넘기면 결국 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으리라. 이든교회는 사람의 연약함을 알기에 꼼수를 부릴 수 없도록 한 번 결의한 사항을 아주 신속하게 처리했다.

우선 교회 정관을 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우들과 논의를 통해 미리 준비해 놓았다. 여기에 단체의 대표자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필요했기에 교회 창립 후 대표자 선임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5월 28일에 열어 필자가 대표자임을 결정했다. 이든교회 교우들이야말로 믿음이 참 좋은 분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법인으로 보는 단체의 대표자 등의 선임신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임대차계약서가 더 필요했다. 좌절의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이든교회는 교회 공간을 따로 마련하지 않고 공간을 빌려 쓰는 교회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든교회는 교회개혁실천연대·성서한국 회의실을 빌려서 매주 예배를 드리고 있지 않은가. 이 경우 임대차 계약서를 대신하여 전대동의서가 있으면 되었다.

이제는 교회개혁실천연대·성서한국에게 은총을 베풀어 달라고 요청할 차례였다. 여기서 이든교회의 요청을 거절하면 이 단체들을 음해할 작정이었다. 역시나 필자는 "연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교회개혁실천연대·성서한국은 이든교회의 요청을 너무도 흔쾌히 수락해 주셨다.

이 모든 서류를 구비하여 7월 11일 영등포세무서에 제출하였고, 이후 7월 13일에 수익 사업을 하지 않는 비영리법인 및 국가기관, 즉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등록이 완료 되었다. 이제는 실제적 소득세 신고를 하기 위해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제출하는 일이 남았다. 신고는 월 급여를 지급한 날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교회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해야 한다(이 모든 일을 이제는 집에서 인터넷으로 할 수 있다. www.hometax.go.kr). 이에 8월 10일에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영등포세무서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이제 세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

목회자 소득세 신고, 아니 노동자로서의 소득세 신고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행정적 절차가 번거로울 것이기에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변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교회재정건강성운동(www.cfan.or.kr)에서 제작한 <목회자 소득세 신고 어렵지 않아요>라는 친절한 책자가 있지 않은가.

목회자 소득세 신고는 목회자 스스로가 바른 시민으로 살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너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목회자라는 직업은 '성직'이라는 고양된 사명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목회자는 기본적으로 이 땅에 사는 시민 아닌가. 그러므로 시민으로서의 기본적 의무를 다하는 것이야말로 이 땅의 불의에 대해 예수님의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는 목회자로서 역할의 시작이 되는 셈이다.

이제 목회자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은 창피한 일처럼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더 주저하다가는 본전도 못 찾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목회자님들. 용감하게 세금 냅시다!!

한희준 / 이든교회 목사

[출처: 뉴스앤조이] 목회자인 내가 세금 내는 이유